2017. 09. 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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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왜 국민이 주인인 정부이어야 하는가?

김성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 단장)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도 되기 전에 이미 많은 변화가 시작됐다. 누리과정 예산 전액 국고지원을 선언함으로써 매년 반복되는 보육대란을 막을 수 있게 됐고 일제고사 폐지를 통해 학교 현장의 불필요한 혼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의 호주머니를 지키기 위한 휴대폰 통신료와 실손보험료 인하 추진에는 국민의 환호가 쏟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을’ 보호를 표방하면서 갑의 횡포로 가맹대리점을 울려온 피자 가맹점 본부 사장이 구속되고, 대형 치킨업체가 이미 올린 치킨 값을 내리게 된 일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정부는 강자의 횡포로부터 약자를 보호해야 하며 갈등 유발자가 아니라 해결자여야 한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고작 시험을 통해 학생을 평가하고 학교를 줄 세우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차별적 보육환경 해소에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시작한 변화는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가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면 앞으로 국민의 삶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주권 정부다. 문재인정부의 나침반이자 설계도인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긴 국가비전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다. 그동안 나라가 국민의 나라가 아니라 대통령의 나라, 소수 특권층의 나라였기 때문에 국정농단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국정농단 세력이 권력을 사유화해 잇속을 챙길 때 나라는 제 역할을 못하고 국제적 위상은 떨어지고 국민 생활은 나락으로 떨어져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문재인정부는 요란한 구호와 거창한 장밋빛 청사진을 내세우지 않고 대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 정신을 철저히 실천하고자 한다.

국민주권시대를 표방한 문재인정부의 국정 핵심 전략은 소득 주도 성장과 일자리 경제다. 소득은 늘리고 지출은 줄이고 복지는 확대해 국민의 지갑을 두툼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문재인정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마련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5대 목표를 제시했다.

먼저 ‘국민이 주인인 정부’는 권력기관이 더 이상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적폐청산 제1호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에만 충성하는 국정원, 검찰 등의 나쁜 행태를 완전히 뿌리 뽑을 것이다. 또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앉아 참모들의 얘기를 듣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광장에 나가서 국민과 대화하고 토론하는 ‘광화문 대통령’이 될 것이다. 신동엽 시인이 1968년 발표한 시 ‘석양 대통령’에 나오는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는’ 광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국민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경제

과거 정부는 경제와 성장을 부르짖어왔다. 그러나 성장률이 높아지고 수출이 최대 규모로 늘어나고 기업들 이익이 쌓여도 국민들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이 550조 원을 넘는 데 비해 가계부채는 1100조 원을 넘어섰다. 물동이를 채우면 물이 넘쳐흘러 땅을 적시는 것처럼 기업이 돈을 벌면 덩달아 노동소득이 늘고 잘살게 된다는 ‘낙수이론’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성장이 소득을 증대시키지도 일자리를 늘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악화된 분배구조를 내버려두어 만성적인 저성장 기조를 고착시켰다. 기존의 대기업 중심 경제를 중소기업 위주로 전환하고 빚내서 유지하는 성장정책을 가계 중심의 소득 늘리기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에 따라 ‘소득 주도 성장론’이 나타났다.

시장경제는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이 생명이다. 기업도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경제도 사람을 위한 것인데 경제 활성화와 기업 활동 보호라는 명목 아래 국민의 이해가 침해받아왔다. 기업에게는 돈 벌 자유를 주고 대신 국민에게는 돈 쓸 자유만 준 것이다. 기업 활동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되 노동권 보호, 경제약자 보호, 소비자 권리 보장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기업의 공정한 경쟁,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통한 공정경제가 문재인정부의 경제철학이다.

공정한 분배를 이룰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시장의 경쟁에 따라 생기는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공평한 조세제도에 있다. 조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똑같이 내는 것이 공정한 것이 아니라 소득이 많으면 더 많이 내는 것이 정의로운 이치다. 우리나라는 부가세 등 간접세 비중이 높고 소득세, 법인세 등 직접세 비중이 낮아 세금에 의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간접세 비중은 53%로 OECD 평균 39%에 비해 월등히 높다. 왜곡된 조세구조를 바로잡는 것도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중요한 일이다. 지난 정부 아래서 대기업 집단에게 유리한 각종 조세 감면 조치로 상대적으로 적게 내온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고 고소득층의 소득세를 올려 직접세 비중을 높이는 것은 증세가 아니라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 그동안 문재인정부는 ‘내 삶을 바꾸는 정책’ 시리즈를 통해 국민들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실직을 하거나 나이가 들거나 아플 때 아무리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국가는 더 이상 국민 불행의 방관자가 아니라 국민 생활 속으로 들어가 해결자가 돼야 한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아동수당 10만 원 지급, 기초연금 30만 원 인상, 청년구직촉진수당 30만 원 지급이 포함돼 있다. 각종 사회 수당을 늘리는 것도 소득재분배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소득을 늘려주는 것과 함께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부담을 줄여 지출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매년 공적임대주택을 17만 호 공급해 주거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면서 특히 신혼부부에게는 5년간 20만 호의 임대주택을 제공해 보금자리가 없어 결혼을 늦추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청년 대학생들을 위해 저렴한 공유주택, 역세권 청년주택, 대학 기숙사 등을 확대하는 것도 국민 부담을 줄여주는 일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특히 병실료, 특진료, 간병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비급여를 축소해 현재 63% 수준의 보장성을 70% 수준으로 높일 것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보장이 이뤄지면 가구당 서너 개씩 가입하고 매월 수십만 원을 지출하는 실손보험료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이제 보육과 교육, 치매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민간과 시장에 복지서비스를 맡기던 때는 지났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공립 어린이집과 공립 유치원을 다니는 비중을 40%까지 늘리기 위해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해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 있는 보육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차이가 없어지고 교사, 교육프로그램, 시설의 질이 균등해지면 부모들은 유치원, 어린이집 어디를 보내든 수준 높은 보육서비스를 받게 되고 교사들은 국공립, 민간 구분 없이 급여 등 처우개선을 이루게 될 것이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권리를 위해 문재인정부는 노동 존중 사회를 실현하고자 한다. 노조 조직률이 10%도 안 되는 현실에서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교육, 상담, 지원 등을 늘려주고 근로자대표제도를 강화하며, 공공기관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것이다.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비정규직 축소 계획을 마련해 실천해나갈 것이다.

앞으로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 등 차별을 받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이전 정부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지방자치 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철학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의 과감한 지방분권을 약속해왔다. 수도권 초집중 현실을 완화하고 골고루 잘사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국가균형발전 2단계 사업, 혁신도시 시즌 2를 실시할 것이다. 각 지역은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신산업 집적을 통한 새로운 혁신성장 거점을 갖게 될 것이고 혁신도시 이전기관의 지역인재 할당은 지역 출신 인재의 채용 기회를 늘리게 될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국민주권시대 주권자인 국민은 더 큰 꿈을 꿔도 될 것이고, 촛불 혁명 정부인 문재인정부에게는 대한민국의 달라질 모습을 그리는 더 큰 상상력을 요구하게 된다. 문재인정부 5년이 지나고 나면 얼마나 달라질지 행복한 상상으로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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